Culture

23년째 유지보수하는 일의 기준

2026.07.09오토포커스

2003년에 시작한 회사가 지금도 같은 고객사와 일하고 있습니다. 납품이 끝이 아닌 일을 오래 하면서 남은 기준들.

오토포커스는 2003년에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만든 것 중 상당수가 지금도 돌아가고 있고, 처음 함께한 고객사와 여전히 일하고 있습니다. 이 사실이 자랑이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일하는 방식을 규정하는 제약입니다.

납품일은 시작일이다

수입차 정비 현장의 시스템은 한 번 들어가면 오래 씁니다. 브랜드 정책이 바뀌고, 차종이 바뀌고, 담당자가 바뀌는 동안 시스템은 그대로 남습니다. 그러니 "일단 요구사항대로 만들어 납품"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5년 뒤에 고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화려한 기능보다 다음 것들이 중요해집니다.

  •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가 남아 있는가
  • 이 값을 바꾸면 어디가 함께 어긋나는지 알 수 있는가
  • 담당자가 바뀌어도 같은 절차로 운영되는가

요청을 기록으로 받는다

오래 가는 관계에서 가장 흔한 마찰은 기억의 차이입니다. "그때 이렇게 하기로 했잖아요"가 양쪽 다 진심인 상황이 생깁니다.

그래서 유지관리 요청을 전화나 메신저가 아니라 기록으로 받는 쪽으로 옮기고 있습니다. 접수와 검토, 견적과 승인이 각각 남으면 나중에 되짚을 수 있습니다. 이건 책임을 따지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따질 일이 생기지 않게 하는 장치입니다.

기록은 신뢰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신뢰가 사람에 의존하지 않게 만드는 것입니다.

레거시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20년 넘게 운영된 시스템에는 지금 기준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그걸 "레거시"라고 부르며 전부 새로 쓰자는 제안은 쉽습니다. 하지만 그 코드는 대부분 당시의 제약 안에서 합리적인 선택이었고, 무엇보다 20년간 현장에서 검증됐습니다.

그래서 홈페이지와 사내 시스템을 새로 만들고 있는 지금도, 목표를 "전부 교체"로 두지 않았습니다. 새로 만드는 것은 새로 만들고, 잘 돌아가는 것은 연결합니다. 데이터를 옮길 때는 옮기기 전과 후가 같은지 확인하는 절차를 먼저 만들고 시작합니다.

규모가 아니라 지속

큰 회사는 아닙니다. 대신 오래 하고 있습니다. 이 조건에서 지킬 수 있는 약속은 "가장 빠르게"나 "가장 많이"가 아니라, 몇 년 뒤에 연락했을 때 같은 사람이 같은 시스템을 알고 있는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이 결국 기록과 구조라서, 지금 하는 일의 상당 부분이 화면을 만드는 일보다 판단을 남기는 일에 쓰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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